식약처의 ‘업체 꼬리표’ 걱정…정보 감추기 급급 – 수다피플

뉴스타파-ICIJ 공동기획 : 인체이식 의료기기의 비밀 IMPLANT FILES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 ICIJ와 함께 지난 4월부터 글로벌 의료기기 산업의 제반 문제점을 파헤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뉴스타파 등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36개 국, 59개 언론기관은 11월 26일(한국 시간)부터 3일 연속 그 결과물을 집중 보도합니다.

11월 26일
-인체이식 의료기기의 비밀(1) : 연 450조 의료기기산업..결함 등으로 10년간 8만명 사망
-인체이식 의료기기의 비밀(2) : 늑장 리콜 통보에 쥐꼬리 보상…한국 환자 ‘하등민’ 취급
-인체이식 의료기기의 비밀(3) : 우리는 왜 글로벌 의료기기산업의 비밀을 파헤치는가?

11월 27일
-인체이식 의료기기의 비밀(4) : 볼모가 된 심장…심각한 이상사례 106건, 리콜은 없다?
인체이식 의료기기의 비밀(5) : 같은 리콜기기…미국 “사망 가능” VS 한국 “부작용 거의 없어”
-인체이식 의료기기의 비밀(6) : 전세계 시민을 위해 ‘의료기기 DB’를 만든 이유
-인체이식 의료기기의 비밀(7) : ‘파열된 신뢰’ 인공유방…국내 이상사례 4천3백 건
-인체이식 의료기기의 비밀(8) : 미 FDA, “42년 만에 의료기기 승인절차 손질하겠다”

11월 28일
-인체이식 의료기기의 비밀(9) : 식약처의 ‘업체 꼬리표’ 걱정…정보 감추기 급급
-인체이식 의료기기의 비밀(10) : 의료기기업체-병원의 부당거래…피해는 환자에게


뉴스타파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인체이식 의료기기의 비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만난 국내 환자와 가족들은 모두 우리나라에는 수술 전후에 의료기기의 결함이나 리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너무 열악하다고 입을 모았다.

의사 추천대로 이식 수술을 받았으나 이후 부작용이 생기고, 해당 제품이 전세계에서 리콜됐더라도 관련 정보를 제대로 통보받지 못한 환자들이 많았다. 대다수 환자와 가족들은 수술 전에 몸 속에 들어갈 의료기기 제품 이름, 제품번호 등의 필수 정보도 듣지 못했고,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도 없었다.

뉴스타파는 환자의 정보 접근을 제한하고 있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료기기 관련 정보공개 시스템을 점검해 봤다.

사라지는 의료기기 리콜 정보… 미국·일본은 알고 한국만 모르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기 회수/판매중지 DB’. 공개마감일 이후에는 해당기록을 확인할 수 없다.

식약처는 홈페이지에 ‘의료기기 회수/판매중지 DB’를 공개하고 있지만, 공개 기간은 회수 종료 시점으로부터 3개월에 불과하다. 그러나 뉴스타파 취재 결과, 의료기기 전문가들조차 이 ‘3개월’의 근거가 무엇인지 모르고 있었다.  

제가 3개월 시한이 어떻게 정해져 있는지에 대해서 그 역사적인 배경은 제가 잘 모르고 있고요. 아마도 그런 식으로 원칙이 정해진 건 예전부터 정해져서 그냥 내려왔기 때문일 거 같고…”

이유경 순천향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그 3개월이라는 게 제가 봤을 때 법이나 시행규칙이나 아니면 고시에 3개월 간 게시해야 한다는 내용을 저는 못 봤습니다. 그래서 이게 도대체 어디서 나온 말인가…

남기창 동국대학교 의료기기산업학과 교수

의료기기 회수 정보는 위해성 정도에 따라 식약처 데이터베이스뿐만 아니라 회수의무 업체 홈페이지에도 공개된다. 하지만 이 역시 의무 공표 게재 기간을 ‘회수 종료 보고에 대한 확인통보를 (식약처로부터) 받을 때까지’로 규정하고 있어 특정 기간 이후에는 식약처 데이터베이스와 마찬가지로 사라지게 된다.

▲식약처 의료기기 통합정보 BANK 중 부작용 목록. 특정 회사 특정 제품의 부작용을 확인할 수 없다.

식약처는 리콜 정보 외에 의료기기 주요 부작용 사례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제조업체, 제품명, 제조번호 등의 정보 없이 ‘인공 유방’, ‘안과용 칼’ 등의 일반적인 품목명만 공개된다. 해당 목록에서 부작용 사례를 확인하더라도, 어느 회사가 만든 어떤 제품에서 발생한 부작용 사례인지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눈 가리고 아웅’인 셈이다.

▲미국 식품의약국 FDA는 2002년 11월 이후 생산된 의료기기 리콜 기록을 검색 가능한 데이터베이스로 공개하고 있다.

반면 미국과 일본은 의료기기 회수 정보를 모두 누적해 공개하고 있다. 미국 FDA의 경우 제품명, 제조업체, 제조번호 등의 다양한 키워드로 리콜 정보 검색이 가능한 데이터베이스를 공개하고 있다. 시민들은 여기서 2002년 이후의 리콜 정보를 모두 확인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상사례 보고서를 검색해 제품번호, 제품명, 제조사 설명, 발생 경위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도 별도로 제공한다. 일본 또한 2000년 이후 후생성 산하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 PMDA 홈페이지에 리콜과 이상사례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일본 PMDA는 ‘규제 당국이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은 필수라고 생각한다. 판단의 근거가 되는 정보를 최대한 세상에 공개하는 것이 신뢰 확보에 필요하다”며 공개 데이터베이스 운영 취지를 설명했다.

구멍 난 “이상사례 보고서” 관리… ‘1년 8개월’ 지연보고, 담당의도 ‘몰라요’

의료기기 취급자는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도중에 사망 또는 인체에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음을 인지한 경우 이를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즉시 보고하고, 그 기록을 유지해야 한다. 의료기기법이 그렇게 규정하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식약처는 의료기기 관련 이상사례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식약처도 의료기기법에 따라 ‘심각한 이상사례’가 발생한 경우 업체나 병원에서 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하도록 관리하고 있다. 뉴스타파는 지난 5년 간 식약처에 보고된 심각한 이상사례 325건 가운데 의료기기 결함이 분명하거나 의심되는 이상사례 보고서 56건을 윤소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해, 보고서가 제대로 작성되고 있는지 검증했다.

▲검증 결과 보고서의 상당수는 ‘필수 정보 누락’, ‘지연 보고’, ‘허위 보고’ 등의 문제가 발견되는 부실 보고서였다. 회수 기준이 되는 제조번호조차 누락된 경우가 8건, 통계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기록하는 ‘환자 문제 코드’, ‘의료기기 문제 코드’, ‘구성요소 코드’가 모두 누락된 경우가 5건으로 작성자가 임의로 누락한 내용들이 보고서 곳곳에 확인됐다.

먼저 보고 기한은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살폈다. 의료진이나 의료기기 업체는 심각한 이상사례 발생을 인지한 경우 15일 안에 해당 사안을 식약처에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뉴스타파가 입수한 보고서 중에는 시한을 1년 8개월이나 넘겨 첫 보고를 한 경우도 있었다. 심장보조장치 수입업체 라파매드는 2016년 1월 10일 인지한 이상 사례를 2017년 9월 22일에야 보고했다. 이처럼 보고 기한을 지키지 않은 보고서는 56건 가운데 8건이 확인됐다.

발생 원인 기재가 부실하거나 아예 없는 보고서도 다수 확인됐다. 어떤 설명도 적혀있지 않은 경우가 7건, ‘없음’ 두 글자만 표기한 경우가 5건, 원인분류는 했지만 해당 이유를 적는 칸에 ‘알 수 없음’으로 표기한 경우도 있었다. 위해가 발생한 경우 제품의 이력관리와 신속한 조치를 위해 이상사례 보고서를 수집하지만 이렇게 작성된 보고서를 토대로 해선 어떠한 원인 파악이나 후속조치도 이뤄지기 힘들다.

이상사례 보고서는 취급자(제조, 수입, 판매업체)나 사용자(의료진) 가운데 누구라도 먼저 인지한 사람이 보고할 수 있지만, 실제 뉴스타파가 입수한 보고서 56건의 작성자를 확인해보니 수입업자가 52건, 제조업자가 1건, 개설자(병원)가 1건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업체가 작성한 보고서 2건에는 “의료기기와 유해 사례의 인과관계가 명확하다”는 담당 의사의 의견이 기재됐지만, 취재진이 실제 담당의에게 질의한 결과 “의료진은 해당 내용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으며 보고서 내용이 잘못 기재됐다”고 답변했다. 의료기기 업체가 의료진을 대신해 관행적으로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내용을 부정확하게 기재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야, 이게 뭐냐. 의료기기 이상 사례보고서라는 게 대체 뭐냐 이런 게 있으면 이런 거 보고하려면 담당 의사한테 물어보고서 해야지. 이게 뭐냐 도대체 이런 말까지 하시더라고요. 나는 이런 서류를 본 적이 처음이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

의료진의 최종 OK를 안 받아도 될, 그냥 이 보고서가 대충 보고서라는 생각밖에 안 들어서… 이런 보고서가 왜 있는지 저는 (담당의는) ‘왜 이렇게 보고를 했지?’하시더라고요.

세브란스 병원 관계자

국민의 안전보다 의료기기 업체의 ‘꼬리표’ 걱정하는 식약처

뉴스타파는 식약처에 왜 의료기기 리콜과 부작용 정보를 제한적으로 공개하는지 물었다. 식약처는 의료기기 제조업체에 회수 기록이 ‘꼬리표’로 계속 따라다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제한적으로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희가 뭐 평생동안 그 회사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게 하지 않으려고 1~2년 동안에 부작용 보고가 일어났던 건에 대해서만 올리고 있는 거고 그리고 그 회사에서도 다 내부적으로 조치를 취하고 그런 다음에 그게 다 풀린 이후에 저희(회수기록)가 사라지게 돼 있거든요.

식품의약품안전처 첨단의료기기과

뉴스타파는 리콜과 부작용 정보 공개시스템과 관련해 식약처에 공식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식약처는 끝내 거절했다. 식약처는 이후 서면 답변을 보내왔지만, “식약처 홈페이지 의료기기위해정보에서 해당 제품의 안전성 정보를 확인할 수 있음”과 같은 엉뚱한 답변을 내놨다.

취재팀은 인터뷰 요청과 별개로 식약처에 ‘추적관리대상 의료기기의 의료기관 납품과 반품 내역’을 정보공개 청구했으나 식약처는 “구체적인 거래처 정보 등을 포함하고 있어 사업자의 정당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등의 정보”라며 이 역시 비공개를 결정했다.

취재 : 연다혜, 김용진, 김성수, 홍우람, 김지윤, 임보영
촬영 : 김기철, 정형민, 최형석, 신영철, 오준식
편집 : 박서영
CG : 정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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