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국에서는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이 어려울까 – 수다피플

“글로벌 100대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이 우리나라에 들어온다면 63개의 기업이 온전한 형태로 사업을 할 수 없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질병의 치료, 예방, 건강 관리 전반에 IT 기술을 융합해 새로운 시장을 여는 사업을 일컫는다. 높은 성장 잠재력을 바탕으로 차세대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사업 진행 자체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입 규제와 인허가 및 평가 절차, 시장환경 등이 국내 헬스케어 분야 혁신을 가로막는다는 진단이다.

| ‘스타트업코리아! 디지털 헬스케어 정책 제안 발표회’

아산나눔재단과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11월22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스타트업코리아! 디지털 헬스케어 정책 제안 발표회’를 열고 관련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날 발표에 나선 박경수 삼정KPMG 이사는 “우리나라는 디지털 헬스케어가 성장하기에 좋은 환경을 갖고 있지만,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을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100대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중 63개의 기업이 한국에 들어오면 온전한 형태로 비즈니스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누적투자액 상위 100개 기업의 국적 및 국내 진입 여부

헬스케어 분야의 세 가지 진입 장벽

한국은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이 성장하기 좋은 여건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높은 의료기술력과 디지털 인프라와 데이터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비스가 세분화돼 있어 특정 분야에 대해 깊게 파고들 수 있고 신속한 의사결정 구조를 갖춘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누적투자액 기준으로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상위 100대 기업에 국내 스타트업은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스타트업코리아! 디지털 헬스케어’ 보고서는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로 크게 3가지 문제를 짚었다. ▲데이터, 원격의료, DTC 유전자항목 등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혁신을 제한하는 진입 규제 ▲시장 진입을 어렵게 하는 인허가·평가 절차 ▲복잡한 시장 구조 및 제한적인 시장 규모 등이다.

|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의 국내 진출을 제한하는 주요 규제

국내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 진행이 어려운 이유로는 먼저 3가지 진입 규제가 꼽힌다. 보고서는 국내 사업에 제한을 받는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중 44%는 원격의료 금지, 24%는 소비자 직접 의뢰(DTC) 유전자검사 제한, 7%는 데이터 관련 규제로 시장 진입이 어렵다고 분석했다.

문제에 맞는 정책 변화 제안

보고서에서는 규제로 인한 사업 제한을 해소하기 위해 비식별화된 의료정보 개념 법제화, 자율적 활용에 대한 규제 명확화, 원격의료 허용 범위의 점진적 확대, DTC 유전자검사 허용 항목 확대 등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 헬스케어 제품이 시장에 나오기까지 500일 이상 걸린다며, 복잡한 인허가·평가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의료체계 특성상 헬스케어 스타트업은 식약처의 인허가부터 신의료기술평가, 보험등재까지 총 세 단계에 걸친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특히 최신 기술이 적용된 제품은 심사에 명확한 기준과 근거 문헌이 부족하기 때문에 인허가·평가가 신속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 박경수 삼정KPMG 이사

이에 대해 보고서에서는 소프트웨어 제품의 인허가 패스트 트랙 도입, 인허가 기관의 디지털 헬스케어 역량 강화, 신개발 유망의료기술 탐색제도 활성화를 통해 혁신 서비스의 시장진입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스타트업이 성장하기에 제한적인 시장환경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상대적으로 낮은 진단·치료 비용으로 인해 헬스케어에서 주로 접근하는 질병 예방에 대해 국민적인 관심이 낮고, 의료기관이 혁신 서비스 도입에 소극적이며, 정부에서 수가를 결정하는 구조상 의료기기 시장이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질병 예방을 위한 건강관리 수가 도입, 혁신 기술 도입에 대한 인센티브 지급, 의료 시스템 및 규제 수출 등을 포함한 국가 차원의 지원이 자리 잡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패러다임 전환 대비해 공감대 형성해야

“만성질환자가 몇 달에 한 번 병원에 오는 것과 지속적으로 의사와 소통하며 관리를 받는 것 중 어느 쪽이 효과적이겠는가, 더 나은 진료를 위한 도구인 원격의료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 대학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국내에서 헬스케어 산업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데에는 국내 의료체계의 특수성, 오진과 부작용 및 의료영리화에 대한 우려, 이해당사자 간의 갈등 등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가 실타래처럼 얽혀있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다양한 산업에 IT 기술이 융합돼 기존 시장을 파괴하는 혁신이 일어나는 것처럼 디지털 헬스케어 역시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는 점이다.

이런 패러다임의 전환을 대비하기 위해 무엇보다 이해관계자들 간의 충분한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디지털 헬스케어가 미래라는 방향에 대해 공감대를 갖고 이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는 얘기다.

보고서에서는 개선안 설계 과정에서 의료계, 산업계, 시민단체 등 이해관계자들과의 충분한 의견 공유와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또 단기적인 부작용 혹은 손실보다는 국민의 건강, 편의성, 의료 패러다임 전환과 같은 변화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패널토론에 참석한 오상윤 보건복지부 의료정보정책과 과장은 “국민의 건강, 질병 부담의 완화, 사회적 측면의 공동체적 긍정적 효과도 같이 생각해야 한다”라며 “육성도 중요하지만 이런 관점에서 이해관계가 조율돼야 하고 시간이 걸리지만 다양한 의견을 듣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또한 오 과장은 “디지털 헬스케어가 도입되고 앞으로 발전할 때 기존 공급 체계는 어떻게 될 것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기존 의료공급자 함께 논의하지 않으면 또 다른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종일 엠트리케어 대표는 “이해당사자들이 디지털 헬스케어에 왜 반대하는지에 대한 밑바닥을 보지 않으면 문제를 풀 수 없다”라며 “이해당사자들과 어느 정도 선까지 협의가 돼야 하며, 디테일한 협력이 더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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