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가짜 학회’ 참가연구원 대규모 징계…’반쪽 조사’ 한계도 – 수다피플

정부가 ‘가짜학회’에 참석한 정부출연연구기관 소속 연구원들에게 무더기 징계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반쪽짜리 조사와 징계라는 지적도 나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지난 12일 가짜 국제학술단체인 ‘와셋(WASET⋅World Academy of Science Engineering & Technology)’과 ‘오믹스(OMICS)’ 주최 국제학술대회에 참가한 것으로 밝혀진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 연구원 249명에게 인사조치 및 기타 행정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가 한국 학자들의 가짜 학술대회 참석 문제를 보도한 지 4개월 만에 이뤄진 것으로, 정부가 연구윤리와 관련해 단행한 첫 대규모 징계 처분이다.

그러나 이번 과기부 조치는 와셋과 오믹스 주최 학술대회 참석자만을 대상으로 해 월드리서치라이브러리(WRL⋅World Research Library, 이하 월드리서치) 관련 학회 등이 주최한 다른 가짜 학술대회 참석자에 대한 조사 및 조치가 빠져 ‘반쪽짜리’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또한 뉴스타파 추가 취재 결과, 출연연 연구원들이 정부 조사가 시작된 이후에도 가짜 학술대회에 참석한 사례가 일부 확인돼 당국의 추가 조사 및 조치가 불가피해 보인다.

와셋⋅오믹스에 국한된 과기부 조사와 징계조치 … ‘반쪽조사’ 한계

뉴스타파가 IIER, ISERD, IASTEM, IRES, ResearchWorld, AcademicsWorld, ISER 등 인도인이 운영한 가짜 학회의 온라인 논문출판 사이트 월드리서치(WRL) 데이터를 수집한 결과, 2014년부터 지난 5월 말까지 출연연 소속 연구원들의 발표는 42건, 저자로 이름을 올린 출연연 연구원 수는 144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표 건수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12건(39명),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11건(51명)으로 1위와 2위에 올랐다. 이어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5건(14명),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이 4건(15명),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이 2건(10명), 한국기계연구원이 2건(6명),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각각 2건(5명), 한국식품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각각 1건(1명) 순으로 나타났다.

뉴스타파 보도로 월드리서치에 참가한 한국 학자들의 명단이 공개된 시점은 지난 9월 21일로, 과기부가 기관별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가짜 학회 관련 조사(시점은 9월 12일)를 진행한 기간과 맞물린다. 결국 과기부는 월드리서치 참석 연구원에 대한 조사는커녕 실태를 파악하려한 의지조차 없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기관명 발표 수 (개) 참여 저자 수 (명)
한국건설기술연구원 12 39
한국생산기술연구원 11 51
한국전자통신연구원 5 14
한국과학기술연구원 4 15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2 10
한국기계연구원 2 6
한국지질자원연구원 2 5
한국식품연구원 1 1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1 1
한국원자력연구원 1 1
한국철도기술연구원 1 1
  총 42개 총 144명

▲ 표: 정부출연연구기관별 월드리서치라이브러리 게재 논문 현황 (조사 기간: 2014년 – 2018년 5월; 출처: 뉴스타파 데이터팀)

출연연 연구원들, 뉴스타파 보도 이후 가짜학회 출장 잇달아 취소 … 흔적은 남아

뉴스타파 추가 취재 결과,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이하 기초지원연),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세계김치연구소,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하 생기연) 소속 연구원들이 각각 오믹스, IASTEM 등이 개최한 학술대회에 투고해 발표를 하려다가 뉴스타파의 7월 보도 이후 출장 신청을 철회한 사실도 드러났다.

특히 기초지원연 소속의 한 연구원(질환표적기능연구팀)은 오믹스에 한 건의 초록을 중복 투고해 먼저 발표가 확정된 6월 로마 학술대회엔 참석했으나, 그 이후 발표가 확정된 8월 마드리드 학술대회 참석은 취소한 사실이 확인됐다.이 사례는 토씨 하나까지 똑같은 연구 초록을 별개의 학술대회에 중복 투고해 해외출장을 가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6월과 8월 학술대회에 따라 초록 저자 수가 두 명과 세 명으로 각기 다른 것으로 확인돼 국내 학계에 만연한 ‘이름 끼워주기’ 사례 중 하나인 것으로도 추정된다. 이 연구원이 철회한 초록은 지금도(11월 16일 현재) 여전히 오믹스 웹사이트에 게재돼 있으며, 기초지원연 도메인인 ‘@kbsi.re.kr’로 검색이 가능하다.

또한 생기연 스마트가공공정그룹 연구팀은 지난 7월말 부실 학회 IASTEM의 인도네시아 발리 학술대회에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IASTEM 주최 측의 학술대회 취소 이메일을 받고 해외 출장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생기연 연구팀의 논문은 현재 IASTEM의 온라인 논문출판 사이트 월드리서치에 공개돼 있다.

과기부 조사 결과, 한국한의학연구원 소속 연구원 두 명은 정부의 공식 조사 기간인 지난 9월 오믹스 학술대회에 참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가짜 학술대회에 단 1회 참가했지만, 고의성이 인정돼 견책을 포함해 해외출장 제한 2년, 보직제한 6개월 처분을 받았다.

과기부, 가짜학회 참가 연구원 249명 징계 처분

과기부는 지난 12일 와셋과 오믹스 주최 학술대회에 참가한 것으로 확인된 21개 출연연 소속 연구원 251명 중 249명에 대한 조치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과기부 조사 결과 1회 참가자는 218명, 2회 참가자는 24명, 3회 6명, 4회 이상 참가자는 3명으로 나타났다. 이들 가운데 218명(86.9%)에게는 주의(1명)와 경고(217명) 조치가, 30명(12%)에게는 견책⋅감봉이, 2명에게는 정직⋅강등⋅해임(0.8%) 조치가 내려졌다. 또한 한 번이라도 가짜 학술대회에 참석한 연구원들은 추가적으로 1년 이상의 정부 포상추천 제한, 해외출장 제한, 보직 제한 등의 행정조치를 받게 됐다. 박동준 한국식품연구원 원장은 2016년 9월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오믹스 주최 학술대회 참석 건으로 조사 대상에 포함됐으나 이번 조치 대상에서 제외됐다. 과기부는 박 원장의 기관장 신분을 고려해 별도의 윤리위원회를 열어 더욱 엄정한 절차를 거쳐 징계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과기부 조치는 ‘기관 명예실추, 해외 출장 시 사전조사의무 소홀 등’의 ‘직무윤리 위반’에 대한 것으로, 과기부는 12월까지 가짜 학술대회 참석자들에 대한 연구부정 및 연구비 부정 사용에 대해서도 조사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교육부는 238개 4년제 대학 소속 교수와 연구원 등을 대상으로 가짜 학술대회 관련 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결과는 12월 말에 발표할 예정이다.

취재 : 신우열, 김강민, 김지윤

from 한국탐사저널리즘 뉴스타파 https://newstapa.org/439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