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지포스 RTX’가 그리는 게임의 미래 – 수다피플

초창기 3D 게임은 깡통들의 세상이었다. 각진 폴리곤 덩어리들이 현실을 어설프게 모사하는 데 그쳤다. 1993년 출시 당시 획기적인 그래픽으로 찬사받았던 3D 격투게임 ‘버추어 파이터’도 지금 보면 우스꽝스러운 모습이다. 하지만 GPU 등 컴퓨팅 기술과 게임 엔진의 발전으로 3D 게임은 제법 그럴싸하게 현실의 물리 환경을 게임에 옮겨놓는다. 그럼에도 게임은 여전히 이질감을 준다. 현실과 그래픽의 분간이 어려워진 영화와 달리 말이다. 큰 이유 중 하나는 광원 효과에 있다. 빛이 사물에 반사되고 굴절되면서 나타나는 다양한 색 변화와 그림자 표현은 굉장히 복잡하다. 엔비디아가 최근 발표한 ‘지포스 RTX’ 기술의 혁신성은 영화처럼 정교한 광원 효과를 게임에 실시간으로 반영한다는 점이다.

| 과거 3D 게임은 마치 박스를 씌워놓고 ‘건담’이라고 우기는 것 같았다.

 

영화 같은 광원 효과의 비결

엔비디아는 지난 3월 국제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 ‘GDC 2018’에서 지포스 RTX 기술을 선보였다. 그리고 8월 그래픽 분야 세계 최대 국제 박람회인 ‘시그라프 컨퍼런스’에서 지포스 RTX 기술을 지원하는 8세대 GPU 아키텍처 ‘튜링’을 공개했다. 핵심은 실시간 레이 트레이싱이다. 레이 트레이싱은 현실과 같은 광원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 만들어진 기법이다. 반사나 굴절되는 빛을 역으로 추적해 조명으로부터 받는 직접적인 영향뿐만 아니라 객체가 서로 주고받는 빛의 영향까지 계산해 반영한다. 쉽게 말해 현실감 있게 빛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재현하는 기술이다. 하지만 방대한 계산량 때문에 렌더링 시간이 오래 걸려 영화에는 적합하지만, 실시간으로 그래픽 렌더링이 돼야 하는 게임에는 부적합한 기술로 여겨져왔다. 지포스 RTX는 바로 이 실시간 레이 트레이싱을 가능하게 한다.

영화 같은 광원 효과를 게임에서 가능하게 하는 건 튜링 아키텍처에 추가된 레이 트레이싱 전용 프로세서다. 튜링 아키텍처에는 RT 코어와 텐서 코어가 새롭게 추가됐는데, 이 중 RT 코어가 레이 트레이싱 가속기 역할을 한다. 레이 트레이싱을 위해서만 연산하는 별도의 하드웨어 장치를 추가해 연산 속도를 높여 게임과 같은 실시간 그래픽 애플리케이션에도 레이 트레이싱을 적용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엔비디아에 따르면 튜링은 기존의 파스칼 아키텍처보다 6배 빠른 속도로 실제 세계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 엔비디아의 실시간 레이 트레이싱이 적용된 ‘배틀필드5’

실시간 레이 트레이싱으로 한정 지으면 성능 향상 폭은 더 크다. RT 코어는 초당 최대 10기가레이에 달하는 3D 환경에서 빛과 소리가 이동하는 방식을 더욱 빠르게 계산한다. 이에 따라 실시간 레이 트레이싱을 기존 파스칼 세대보다 최대 25배까지 가속한다. GPU 노드는 CPU 노드의 30배 이상 속도로 영화 효과를 위한 최종 프레임 렌더링에 사용할 수 있다.

 

AI를 활용한 그래픽 강화

튜링 아키텍처는 인공지능(AI) 연산 기능도 강화됐다. GPU는 최근 AI가 비약적으로 발전한 주요 요인 중 하나다. 데이터를 순차적으로 연산하는 CPU와 달리 병렬 방식으로 연산 처리가 이뤄져 CPU보다 빠르게 딥러닝을 위한 연산이 가능하다. 추가된 코어 중 하나는 인공지능(AI)을 위해 마련됐다. 텐서 코어는 딥러닝 훈련 및 추론을 가속화하는 프로세서다. 초당 최대 500조 회의 텐서 연산을 지원한다. 그러나 AI 용으로만 활용되는 건 아니다. AI는 게임 그래픽을 강화하는 데도 활용된다. 텐서 코어를 통해 구현되는 대표적인 그래픽 기술 중 하나가 딥러닝 슈퍼 샘플링(DLSS)이다.

| 엔비디아 8세대 GPU 아키텍처 ‘튜링’

딥러닝 분야 연구 중 하나는 저해상도 이미지를 고해상도로 품질을 높이는 일이다. 고해상도 이미지를 AI에 학습시켜 저해상도 이미지의 빈칸을 AI가 자동으로 채우게 만드는 방식이다. DLSS는 이를 게임에 적용한 기술이다. 게임 엔진이 가진 최고 품질의 이미지 64개를 학습시켜 고해상도 그래픽을 생성한다. 기존 ‘템포럴 안티 알리아싱(TAA)’ 방식이 성능 저하를 불러오는 데 반해 DLSS는 상대적으로 높은 이미지 품질과 성능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

 

기술 격차를 위한 가격 상승

아직 RTX 기술이 적용된 게임은 많지 않지만, 실시간 레이 트레이싱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마이크로소프트도 ‘다이렉트X’에 레이 트레이싱 기술 ‘DXR’을 추가했으며, AMD도 추가할 예정이다. 문제는 가격이다. 튜링 아키텍처가 적용된 소비자용 GPU는 지포스 ‘RTX 2070’, ‘RTX 2080’, ‘RTX 2080 Ti’는 높은 가격 탓에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10월 중 출시될 RTX 2070의 가격은 499달러, 파운더스 에디션은 599달러다. 9월20일 발매된 RTX 2080과 RTX 2080 Ti의 가격은 각각 699달러와 999달러다. 파운더스 에디션은 각각 799달러, 1199달러 수준이다. 한국에서 RTX 2080 Ti 가격은 160만원을 웃돈다.

| 지포스 ‘RTX 2080’, ‘RTX 2080 Ti’

이에 대해 제프리 옌 엔비디아 아시아태평양 테크니컬 마케팅 디렉터는 9월19일 한국에서 열린 미디어 브리핑에서 “지포스 RTX GPU는 굉장히 큰 제품으로 184억개 트랜지스터가 들어가는 만큼 제조 비용이 저렴하지 않다”라며 “가격은 제품을 반영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지포스 RTX를 차세대 그래픽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다. 선제적으로 기술 격차를 내기 위해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인 셈이다. 가격 상승폭만큼 소비자에게 와닿는 결과물을 보여줄지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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