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개정안에 들어간 ‘정보기본권’, 뭔가요? – 수다피플

조국 민정수석은 지난 3월20일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헌법개정안을 공개했습니다. 이 가운데 우리가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은 정보기본권이 새로 신설된다는 점입니다. 기본권을 헌법에 규정하는 의미는 헌법에 의하여 국민(발의된 개헌안에는 기본권 주체가 국민이 아닌 사람으로 확대된다고 발표했습니다.)이 가지는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뜻입니다. 결국 정보와 관련한 권리들을 기본권으로 규정해 새 헌법에 담겠다는 뜻을 발표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정보’와 관련해서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권리는 무엇일까요. 정보기본권이란 용어 자체만으론 무슨 의미인지 잘 와닿지 않는데요.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3월 22일 국회에서 열린 정보기본권 토론회에서 정보기본권으로 거론되는 권리들을 소개했습니다.

  • 정보접근권 : 평등권적 의미에서의 국가·공공기관의 정보에 대한 접근가능성 보장
  • 자기정보통제권 : 사생활의 권리로서 자기관련 정보에 대한 지배권의 확보
  • 정보통신의 자유 : 표현의 자유의 한 발현태로서 사이버상의 의사소통에 대한 국가규제로 부터 해방
  • 정보재산권 : 지적 재산권으로서의 저작권 등

결국 정보기본권은 정보화사회에서 정보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고안된 권리들을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이 중에서 대통령 발의 개헌안에는 알권리, 정보접근권,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 담겨 있고 더 나아가 국가의 정보격차 해소 및 정보독점 폐해 예방과 시정의무가 들어간 조문이 등장합니다.

“개헌안 제 22조

1항 모든 국민은 알권리를 가진다.
2항 모든 사람은 자신에 관한 정보를 보호받고 그 처리에 관하여 통제할 권리를 가진다.
3항 국가는 정보의 독점과 격차로 인한 폐해를 예방하고 시정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

 

청와대는 공식 브리핑을 통해 “정보기본권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통신의 자유나 언론·출판의 자유와 같은 소극적 권리만으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충분히 대처하기 어렵다는 지적에 따라 개헌안에 포함됐다”고 포함 이유를 밝혔습니다. 청와대는 또한 “미국도 현재 명문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는데요. 해외에서도 많은 나라는 아니지만 정보기본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헌법에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나라 헌법에는 정보기본권이 명시되지 않았지만, 헌법재판소 해석을 통해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인정해왔습니다. 아래 해석을 보실까요.

헌법재판소는 판례 2005. 5. 26. 99헌마 513, 2004헌마190(병합)에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자신에 관한 정보가 언제 누구에게 어느 범위까지 알려지고 또 이용되도록 할 것인지를 그 정보주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이다. 즉 정보주체가 개인정보의 공개와 이용에 관하여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말한다”고 판시했습니다. 그리고 이 권리의 근거는 헌법에 명시되지 아니한 기본권으로 헌법 제 17조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헌법 10조 제1문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에서 도출할 수 있다고 규정했습니다.

이렇게 정보기본권이라는 생소한 단어로 찾아온 기본권, 현행 헌법에는 아예’ 정보’와 관련된 규정이 없을까요?

“국가는 과학기술의 혁신과 정보 및 인력의 개발을 통하여 국민경제의 발전에 노력하여야 한다.

헌법 제 127조 제 1항에 처음 ‘정보’라는 단어가 나옵니다. 헌법 조문은 총 130개로 이뤄져 있는데 그 중 127조, 그것도 기본권 편이 아닌 ‘제 9장 경제’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3월22일 국회에서 열린 ‘정보기본권과 개헌’토론회에서민주사회를 위한 모임 디지털 정보 위원회 위원장인 조지훈 변호사는 “대통령 발의안과 같이 헌법개정이 이뤄진다면 우리 헌정사상 최초로 기본권 영역에서 정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것이며, 이는 20세기 후반부터 시작된 정보사회의 필연적인 방향”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만큼 지금 이 순간, 정보기본권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아무래도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 때문입니다.

([타임라인] 페이스북 데이터 유출 논란 참조 : http://www.bloter.net/archives/305850)

페이스북 개인정보 유출사건에서 보듯 개인정보는 이미 각자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을 넘어섰습니다. 4월4일(미국 현지시각)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유출된 개인정보 숫자가 당초 알려진 것보다 더 큰 87만명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원래 알려졌던 유출된 사용자 숫자에 더해 그 사용자들의 친구들 정보까지 함께 포함돼 규모가 늘었다고 합니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도 내 정보가 다른 곳으로 새어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그래서 대통령 개헌안이 그대로 현실화된다면 내가 원하는 때에 내 정보가 공개되고, 다른 공간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도록 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헌법상 명문규정으로 보장받을 수 있게 됩니다.

그렇다면 헌법상 기본권으로 규정하는 경우와 아닌 경우 실제로 어떤 영향 차이가 있을까요? 조지훈 변호사가 공개한 자료를 통해 헌법상 기본권으로 규정할 경우 보다 엄격해 지는 법원의 판단에 대해 분석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대법원의 해킹으로 인한 개인정보 침해 사고 에 대한 판시 사항을 확인해보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구 정보통신망법 제 28조 제 1항이나 정보통신서비스 이용계약에 따른 개인정보의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보호조치를 취하여야 할 법률상 또는 계약상 의무를 위반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해킹 등 침해사고 당시 보편적으로 알려져 있는 정보보안의 기술 수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업종 영업규모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취하고 있던 전체적인 보안조치의 내용 정보보안에 필요한 경제적 비용 및 효용의 정도 해킹기술의 수준과 정보보안기술의 발전 정도에 따른 피해 발생의 회피 가능성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수집한 개인정보의 내용과 개인정보의 누출로 인하여 이용자가 입게 되는 피해의 정도 등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해킹 등 침해사고 당시 사회통념상 합리적으로 기대 가능한 정도의 보호조치를 다하였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대법원 2018. 1. 25. 선고 2015다24904, 2015다24911(병합), 2015다24928(병합), 2015다24935(병합) 판결 참조).

문장의 마침표가 어디에 존재하는지 찾기도 힘든 판시사항이지만, 이 판결문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사회통념상 합리적으로 기대 가능한 정도의 보호조치를 다하였는지만 소명된다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정보 유출 책임에 대한 면죄부를 받게 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헌법상 기본권으로 규정할 경우 이에 그치지 않게 됩니다.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와 고객과의 법률상 또는 계약상 관계와는 별도로 헌법상 기본권 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를  사업주가 다하였는지에 대하여도 심사를 요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보다 엄격한 판단기준으로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서 솜방망이 처벌을 받던 기존과는 다른 판결이 나올 것이라 예상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정보기본권이 정보화 시대에 필수적인 권리인 것 같지만, 일각에서는 기존의 헌법규범 속에서도 정보기본권을 ‘충분히’ 도출할 수 있어 굳이 별도의 ‘기본적’ 권리로 설정할 필요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개별적인 기본권으로 고정화시키는 것은 역으로 인터넷 공간에서 나타나는 역동성, 다층성, 다원성의 특성들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의견도 의미있게 들리는데요.

이에 대해 직접 국민헌법 자문특별위원회 기본권 자문위원을 역임한 임지봉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현 한국입법학회 회장)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임지봉 서강대학교 교수(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

“정보기본권은 국민들의 여론수렴을 근거로 한 것”

임지봉 교수는 “정보기본권 신설 요구에 대한 국민여론이 굉장히 높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보화 사회에서 중요성이 높아진 정보인권에 대해 국민들의 요구가 높아진 만큼 “현행 규정대로 정보기본권을 간접적으로 도출하는 것보다 직접적인 명문규정을 두는 것이 시대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란 설명입니다.

또한 정보기본권이 가져올 변화에 대해서 “앞으로 개인 정보가 기업들로부터 조금 더 보호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 이유로는 “대법원 판결에서는 자기정보통제권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 법리형성을 하지 못했지만, 헌법상 명문규정화 된다면 대법원에서도 법리가 구체적으로 형성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임 교수는 이번 정보기본권 헌법 명문화의 의의를 “제 22조 3항에 규정된 국가의 노력의무(“국가는 정보의 독점과 격차로 인한 폐해를 예방하고 시정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에서 찾았습니다. 국가 의무를 명시함으로써 정보문화 향유에 대해 차별이 있으면 안 된다는 점을 포함시킨 점이 “앞으로 정보기본권 영역이 발전할 가능성을 무한히 담고 있다”며 정보기본권의 발전 가능성을 점쳤습니다.

아직 대통령 개헌안이 발의만 된 상황이기 때문에 정보기본권이 헌법에 그대로 규정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구체적인 안은 나오지 않았지만 4월2일 자유한국당이 발표한 자체 개헌안 중 기본권 관련 부분에는 생명권, 건강권, 재산권 강화만 포함돼 있습니다. 헌법개정 국민투표가 실시되기 전에도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헌법은 국가가 지향하는 가치에 대한 선언입니다. 1987년 헌법 이래 30년 넘게 헌법개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만큼, 정보화 사회로 접어든 지금이 정보기본권을 헌법에 담아야 하는 논의가 이루어질 적기입니다.  논의가 합의로 이뤄져 신생 기본권으로 정보기본권의 탄생을 지켜보는 일, 개인정보 보호에 획기적인 변화가 이루어질 과정을 함께 지켜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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