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진출? 현지화부터” – 수다피플

“한국 스타트업 중에 한국 펀딩 받아서 실리콘밸리 오겠다는 회사는 다 말린다. 버틸 수 없다고. 쉽지 않은 일이다.”

|반호영 네오펙트 대표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네이버가 공동주최한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2018’ 컨퍼런스가 4월3일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그린팩토리에서 열렸다. 이날 연사로 나선 반호영 네오펙트 대표는 한국 스타트업인 네오펙트가 실리콘밸리로 진출하면서 겪은 경험담을 풀어놨다.

  • <참고> 네오펙트의 라파엘 스마트 글러브로 할 수 있는 재활 게임

네오펙트는 재활치료와 인공지능(AI), 게임화 등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스마트 재활기기 및 솔루션을 만드는 글로벌 스타트업으로 현재 스마트 글러브, 스마트 보드, 스마트 페그보드, 병원 및 가정용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 아닌 한국에서 시작한 이유

창업 전, 반호영 대표는 미국과 한국, 둘 중 어느 곳에서 사업을 시작할지 고심했다. 그는 이미 짧게나마 미국 창업 경험이 있었다. 또 시장 규모만 두고 보더라도 미국이 더 컸다. 창업환경도 한국보단 미국이 좋을 것 같았다.

사업의 ‘출발지’를 두고 갈등하던 그때 학교 선배가 “너의 네트워크가 미국이 더 많냐, 한국이 더 많냐”고 물었다. 결정적인 질문에 그는 한국으로 돌아가 창업을 하게 됐다.

2010년 6월, 한국에서 창업한 그는 오랜 연구개발 끝에 2014년 2월에야 국내 식약처 인증을 받고 8월에 KGMP를 획득했다. 그리고 2015년 10월 미국법인을 열고 12월 판매 인력을 뽑았다. 레퍼런스도 없는 제품이라 기대하지 않았지만, 한국에서 1년 만에 판매된 제품이 미국에서는 금세 판매됐다. 병원에서 데모로 사용해보던 중 ‘돈 많은 진상 고객’의 마음에 쏙 들었던 덕분이다.

“수양아들이 와서 우리에게 감사하다고, 재활하면서 자기 아버지가 웃는 것을 처음 봤다고 하더라. 병원 측에서도 저 사람이 재활치료하면서 잘 따르고 웃어주는 건 처음 봤다. 너희 제품 살게. 우리는 레퍼런스도 하나도 없고 미국 사람 보기에는 흔히 얘기해서 후진국 보듯 볼 텐데 아무 레퍼런스 없는 제품을 사겠다고 했을 땐 사실 소비자의 만족도가 가장 컸다.”

다른 병원도 고객이 이사회에 “이 제품을 사야 한다”고 증언해줘서 활로를 틀 수 있었다며 제품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는 오히려 한국 세일즈가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한국 병원에서 레퍼런스 없고, 이름 없는 재활치료기기를 덜컥 구매하는 게 예삿일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현재 네오펙트는 전세계 재활병원 1위 RIC를 비롯해 유수의 병원과 협력 중이다.

실리콘밸리에서 살아남는 방법

반호영 대표는 “실리콘밸리는 상상 이상으로 비싸다”며 무턱대고 실리콘밸리로 진출하는 시도를 만류했다. 실리콘밸리에서 인력을 구하면 평균 한국 인건비 3~4배를 지출해야 한다. 스톡옵션을 주더라도 한국 주식을 줘야 한다. 한국 직원이라면 주식으로 인센티브 지급이 가능하지만 미국 직원에게는 한국 주식이 매력적인 인센티브는 아니다. 인건비에 추가 비용이 더 드는 셈이다.

여기에 ‘살인적인 물가’는 물론 사무실 임대비용도 매우 높아 투자금을 웬만큼 확보하지 않고서는 버티기 힘든 게 현실이다. 그는 “한국 스타트업 중에 한국 펀딩 받아서 실리콘밸리 오겠다는 회사는 다 말린다”고 말했다.

|네오펙트의 스마트 글러브

인재 확보 경쟁도 치열하다. 네오펙트처럼 한국 스타트업이 실리콘밸리로 진출할 경우 ‘외국 회사’라는 인식의 장벽을 마주해야 한다. 채용이 더 열악하다는 의미다. 반호영 대표는 “사람 하나 뽑는 게 어려운 일이고 제일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라며 “어렵다는 얘기가 들리는 경쟁사 직원을 공략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현지화’를 강조했다. 한인사회 네트워크 기반으로 사업하는 경우, 본사와 소통이 원활하고 업무를 지시하기에도 편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성장에는 독이 되고 한계가 된다”는 것이다. 네오펙트 미국 지점에 한국 직원이 없는 이유다. 한국 본사와의 소통에 다소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현지 공략은 현지인이 해야 한다는 게 그가 들려주는 노하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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