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표 대북확성기 160억 사기…국방부는 은폐 – 수다피플

2016년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추진된 박근혜 정부의 대북확성기 확대 사업.

기존에 운영하던 대북확성기 10여대 외에 고정형 24대, 기동형 16대 등 총 40대를 추가로 배치하는데 국가예산 170여억 원이 투입된 사업이다. 이 가운데 166억 원이 대북확성기 구입에 할당됐다. 이 예산은 당초 육해공군 등 각군의 전력장비 보강에 사용될 예산이었지만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대북확성기 사업에 전용됐다.

그러나 입찰 비리가 드러나 국방부 감사, 군 검찰의 수사가 이어졌고 국군심리전단의 경리 담당 육군 상사 진 모씨가 구속기소돼 최종적으로 1천만 원 벌금형에 처해졌다.

지난 1월말 발표된 감사원의 감사결과 보고서를 보면 이 사업과 관련해 하청업체 2곳이 35억 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고 대북확성기의 성능도 요구 기준에 못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북확성기 사업 비리, 정말 이것이 전부인가?

석연치 않은 점이 너무 많다.

결재권 하나 없는 육군 상사 1명에게 160억 대 납품 비리의 책임을 지운 것도 그렇고, 국고 손실을 일으킨 부실 제품 납품 사업을 국방부가 알고서도 쉬쉬한 과정도 그렇다.

▲인터엠이 납품한 고정형 대북확성기와 기동형 대북확성기.(입찰당시 제안서와 달리 고정형(좌측)의 경우 스피커가 16개에서 32개로 늘었다)

수입 스피커를 국산으로 속여 입찰 따낸 인터엠

고정형 대북확성기에는 5개업체가 기동형 대북확성기에는 3개 업체가 입찰에 참여했다.

입찰 결과 인터엠이란 업체가 고정형과 기동형 모두 계약을 따냈다. 인터엠은 주로 실내용 스피커와 앰프를 만드는 회사로 장거리용 확성기를 만든 적이 없다. 군납실적도 없다.

대북확성기의 핵심은 스피커다. 군이 요구한 평지 10km 지점에서 방송내용이 명료하게 들리기 위해선 확성기에 쓰이는 스피커의 성능이 가장 중요한 요소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인터엠의 입찰 당시 제안서를 보면 ‘M-200’이란 스피커를 사용하겠다고 써놓았다. 제조사는 인터엠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뉴스타파 확인 결과 이 M-200은 미국 커뮤니티 사의 스피커 모델 RSH-462에 들어가는 드라이버 이름이었다. (스피커는 혼과 드라이버로 구성되는 데 드라이버는 소리를 만들어내는 부품이다.) 수입품을 국산품으로 둔갑시킨 것이다.

▲미국 업체 커뮤니티의 RSH-462 모델(왼쪽)을 인터엠은 자체 제조했다면서 모델명 M-200(오른쪽)으로 둔갑시켰다. 확인 결과 M-200은 RSH-462 모델에 들어가는 드라이버 이름이었다.

그 결과 인터엠은 제안서 평가의 ‘제품선정의 적정성’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입찰을 따낼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다.

그런데 전문가들의 분석에 의하면 이 스피커는 10km 밖까지 소리를 전달하기엔 성능이 턱없이 부족한 스피커다. 주로 대형집회나 경기장 정도에서 사용될 수 있는 스피커라는 것이다.

실제로 성능평가 결과 국방부가 요구한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업체 자체적으로 실시한 사전 성능평가에서도, 납품을 위한 정식 자체 성능평가에서도, 납품 후에 국방부가 계절별로 실시한 재평가에서도 성능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낮시간 최대 도달거리가 6~7km에 불과했다.

국방부는 대북확성기의 성능미달을 여러차례 확인하고서도 국회에는 거짓답변으로 일관했고 아무런 후속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지금도 최전방부대에선 북측 지역에도 닿지 않는 엉터리 대북확성기가 그대로 운용되고 있다.

왜 납품 비리를 막지 못했나… 송영근 전 의원 연루?

국방부 감사도, 군검찰의 수사도 있었다. 모두 최종 납품(2016년 12월) 전의 일이었다. 그런데도 40대가 모두 납품됐고 이후에도 아무런 개선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16년 이 사건의 고발장을 접수한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는 1년 2개월 동안 손을 놓고 있다가 지난달 말이 돼서야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이 문제를 오랫동안 추적해온 김영수 국방권익연구소장은 기무사령관 출신의 송영근 전 새누리당 의원(육사 27기)과 그의 보좌관 김 모씨가 관여돼 있다고 주장한다. 송 전 의원이 당시 황인무 국방부 차관에게 전화해 국방부 감사와 군 검찰 수사를 무마시켰다는 것이다. 당시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육사 28기)이 송 의원의 육사 1년 후배고 황 전 차관(육사 35기)도 육사 후배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송 전 의원은 자신은 대북확성기에 전혀 관여한 적이 없고 황 차관에 전화한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황 전 차관도 송 전 의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부당이익 챙긴 업체들과의 석연치 않은 관계

뉴스타파가 스피커 공급가 등 대북확성기의 견적을 뽑아본 결과 인터엠이 낙찰받은 금액은 실제 가격보다 114억이나 비쌌다. 인건비와 관리비, 이윤을 감안하더라도 85억 원의 부당이익이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

감사원 감사결과 하청업체 2곳(S업체 22억, Y업체 13억)이 35억 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으니 인터엠이 챙긴 부당이익은 50억 원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석연치 않은 점이 몇개 더 있다.

군검찰 수사에서 Y업체 대표 부인의 계좌에서 송 전 의원의 보좌관인 김 모 보좌관이 관리하는 차명계좌가 발견된 것이다. 이 계좌에는 3천4백만 원이 들어있었는데 2016년 3월 국회의원직을 사퇴한 송 전 의원의 재향군인회 선거 출마 자금으로 흘러들어간 의혹을 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송 의원의 의원직 사퇴 이후 김 보좌관은 Y업체로부터 4대 보험 지원을 받기도 했다. 대북확성기 사업으로 부당이득을 챙긴 Y업체와의 사이에 돈관계가 얽혀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모 보좌관은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Y업체 대표 차 모씨는 오래전부터 간단한 심부름을 시키는 등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면서 “차명계좌는 송 의원과는 상관없이 개인적으로 돈을 관리하기 위해 만들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또 “보좌관을 관두면 4대 보험이 나오질 않기 때문에 차 씨가 편의를 봐준 것일 뿐 대북확성기 사업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뉴스타파가 입수한 심리전단 진 모 상사의 소명 자료를 보면 진 상사와 Y업체 대표 차 씨, 김 보좌관 등 3명이 대북확성기 낙찰 직후인 2016년 4월부터 6월까지 3차례에 걸쳐 만난 것으로 확인된다. 언론을 통해 대북확성기 입찰 비리 의혹이 제기될 시점이다.

김 보좌관은 진 상사가 국회 질의 자문을 구해 응한 것일뿐 자신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북확성기 사업 부대 담당 상사와 부당이득을 챙긴 하청업체 대표, 그리고 송 의원의 보좌관이 한자리에 모인 것을 김 씨 해명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철저한 수사로 의혹 해소하고 국고 손실 막아야

대북확성기 남품비리 사건은 계약 초기부터 납품까지 언론의 수많은 지적과 국방부 감사, 그리고 군검찰의 수사까지 있었음에도 납품비리가 완성된 사건이다. 제대로된 성능의 대북확성기를 전방에 배치할 수 있도록 개선할 수 있는 시간도 많았고 국고 손실도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 의혹은 많은데 제대로된 조사나 수사가 없었다.

김영수 국방권익연구소장은 대한민국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나라가 아니라는 걸 군마피아 세력에게 명확히 알려주기 위해서라도 철저한 수사를 통해 책임자를 처벌해야 국고 손실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상취재 : 최형석, 김남범, 신영철, 오준식
영상편집 : 정지성
CG : 정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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