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힘: “연결만으로도 사람은 바뀐다” – 수다피플

사람은 누구나 다른 이와 관계를 맺고 연결되려 한다. 하지만 그에 앞선 질문이 있다. ‘왜?’다. 나는 왜 누군가와 관계 맺고 연결되려 하는가. 이 간단한 질문에 대한 대답은 간단치 않다.

올해로 10회째를 맞은 ‘체인지온‘이 다시금 이 질문을 꺼냈다. 체인지온은 해마다 다음세대재단이 여는 비영리 미디어 행사다. 2007년 첫 행사를 열어, 올해로 꼭 10회째를 맞았다. 10주년을 맞은 ‘2017 체인지온‘의 주제는 ‘體因知溫’(체인지온)이다. 체인지온 컨퍼런스가 지난 9년 동안 공통적으로 다루었던 ‘사람’, ‘네트워크’, ‘미디어’를 되돌아보고 앞으로 다가올 따뜻한 변화에 대해서 전하고자 마련됐다. 이 가운데 ‘연결이 만드는 세상의 새로운 변화’를 주제로 네트워크의 힘과 가치에 관한 의견을 공유한 윤종수 사단법인 코드(C.O.D.E., 옛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 이사장의 발표를 옮겼다.


인터넷 소년’(The Internet’s Own Boy)이란 다큐멘터리를 보셨는가. ‘인터넷 소년’으로 불리는 애런 슈워츠 얘기다. 애런 슈워츠는 14살때 RSS를 만들었다. 웹사이트 내용을 자동으로 보내주는 피드다. 15살에는 CCL의 메타데이터 시스템을 만들었다. 로렌스 레식과 함께. 천재다. 유명 해커이기도 했다.

이 친구는 사회적 문제에 관심 많았다. 인터넷에서의 정보공개, 개방에 관심 많았다. 그쪽에서 계속 활동했다. 그후 스탠포드대 가서 레딧이란 뉴스 사이트도 만들었다. 학교는 1년 만에 중퇴하고 계속 활동했다.

이 친구는 학술논문 사이트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학술논문이 집중화돼 폐쇄적으로 관리되는 걸 못마땅해했다. 애런 슈워츠는 MIT 계정으로 학술논문 사이트를 해킹해 400만건 논문을 다운받아 공개했다. 이 일로 그는 기소됐다. FBI는 해킹에 상당한 경계심을 갖고 있었고, 컴퓨터 사기 혐의로 애런 슈워츠를 기소됐다. 최대 35년형을 받을 중범죄였다. 그 기소 기간 동안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애런은 26살 나이에 자살을 했다.

네트워크 권력에 대해 얘기해보려 한다. 요하이 벤클러 교수가 쓴 ‘네트워크의 부’란 책이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연결의 가치를 가장 잘 설명한 교본 같은 책이다. 이 책엔 많은 얘기 나온다. 사회적 생산, 느슨하게 연결된 개인들, 탈집중의 자발적 협업, 수평적 동료생산 방식 등. 시장이나 국가 통제에 의하지 않은 사회적 생산. 비영리에선 가장 이상적인 얘기들이다. 수직적 구조가 아니라 수평적으로 협력하며 만들어나가는 세상, 인터넷이 가져다준 가능성이었고 네트워크의 힘이었다. 우린 그걸 이용해 많은 비영리단체 활동을 했고, 연결을 했고, 네트워크를 생각했다.

대표적 예가 위키피디아다. 위키피디아는 단순한 백과사전이 아니라 인터넷 그 자체다. 모두가 편집할 수 있는 인터넷이다. 이 위키피디아가 느슨한 연결된 개인의 협업에 의해 만들어낸 협업이었다. 인터넷이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보여줬다. 지금의 인터넷은 위키피디아가 아니다. 페이스북이다. 누구나 편집할 수 있는 인터넷이 아니라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인터넷일 뿐이다.

우리가 참여하는 페이스북은 아름답다. 많은 사람들이 그 공간에서 많은 얘길 나눈다. 하지만 울타리가 쳐져 있고, 가입과 로그인이 필요하고, 바깥으로 못 나간다. 공원 주인이 만든 규칙에 의해 움직인다. 사람들이 하는 가장 많은 일은 ‘좋아요’다. 다른 사람과 교감을 나누지만 대부분은 ‘좋아요’다. 너무 단순하니 추가한 게 ‘슬퍼요’, ‘화나요’ 등이다. 여기까지가 페이스북에 연결된 개인들이 하는 행위다.

공유도 하긴 한다. 하지만 그 공유가 새로운 걸 만드는 공유가 아니라, 일종의 건네주기다. 자기가 알려주고픈 정도의 정보를 공유하며, 그나마도 페이스북 안에서의 공유다.

지금 생각하는 인터넷은 ‘네트워크의 부’에서 말하는 인터넷, 위키피디아가 말하는 인터넷보다는 집중화된, 중앙화된 인터넷이다. 2008년부터 지금까지 변화하는 인터넷은 중앙화되고 있는 인터넷이다. 페이스북이 큰 권력으로 등장하고 있다.

또 하나의 권력이 있다. 2016년 옥스포드사전의 ‘올해의 단어’가 있다. ‘포스트트루쓰'(post-truth). 우리말로 탈진실이다. 진실아니 사실이 아니라 개인 감정이나 신념에 호소하는 게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사실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자신이 믿고 싶어하는 거짓말에 더 귀를 기울인다. 이것이 가짜뉴스를 만들어내는 지금이 상황이다. 가짜뉴스를 사람이 믿고 싶어하는 포인트를 짚어준다. 위력은 엄청나다. 때로는 선거를 뒤바꾸고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고 한쪽에 엄청난 손해를 보게 한다. 이 가짜뉴스는 거대한 세력이 아니라 네트워크에 연결된 개인에 의해 만들어진다. 그 효과는 엄청나다. 분산화돼 있지만 그 하나하나가 전체 시스템을 흔들어보린다.

또 있다. 네트워크에 연결된 뛰어난 기술을 가진 사람이나 단체가 시스템을 해킹하고, 그 결과로 한 기업을 무너뜨릴 수 있고 어느 대통령을 사형시킬 수 있고, 유명인을 매장시킬 수 있다. 전세계 사람들을 황당하게 만든 IS, 이 테러집단이 잘 한 게 인터넷이다. 동영상을 활용하고 인터넷으로 추종자를 끌어들였고, 곳곳에서 알아서 움직이며 테러를 일으켰다. 전통적 시각으로 보면 황당하지만, 지금 네트워크 시대는 이것이 또 하나의 권력이 됐다. 네트워크에 접속된 소수가 시스템을 흔들 수 있는 것이다.

집중된 권력과 분산화된 권력. 이 둘이 얽히며 지금의 네트워크를 만들고 있다. 애런 슈워츠 사례는 두 권력이 부딪힌 사례다. 중앙화된 권력이 있고, 거기에 맞서고자 자신의 기술과 의지로 네트워크에 의지해 권력을 무너뜨리려 했던 그 권력이 부딪힌 것이다.

2008년, 2010년 ‘체인지온’에서 네트워크와 연결을 얘기할 땐 희망적 얘길 많이 했다. 그후로 비영리단체도 계속 해왔다. 그 가능성은 살아 있다. 다만 우리가 지금 얘기해야 할 네트워크는 사람들이 모여 혁신을 만드는 단순한 네트워크가 아니다. 복잡해졌다. 중앙화된 권력과 분산된 권력이 부딪히는 동안 우리도 뭔가를 해야 한다. 페이스북에 연결된 사람들은 많이 움직이고 많이 얘기한다. 하지만 이들이 모여 지속적으로 뭔가를 협업하는 모습은 줄어들고 있다. 이슈를 따라 움직인다. 지속적 활동을 하고픈 비영리단체엔 힘든 일이다. 지속적으로 이슈를 쫓아가기도 쉽지 않고, 협업으로 뭔가를 만들기는 더 어렵다. 분산화된 권력이 한번 사고를 칠 때마다 세계가 휘청거린다. 그동안 우리가 한 일이 뭔가 자괴감이 든다.

마지막. 연결의 문제다. 애런 슈워츠가 죽기 전 가진 인터뷰를 보면, 그는 이 현상을 간파했다. 지금 네트워크는 정해진 게 없다. 어떤 모습을 만들지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고 했다. 탈중앙화된 네트워크를 꿈꿨지만 인터넷은 그의 생각과 다르게 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자기 방식으로 변화를 시도했지만 국가 권력 앞에서 좌절하고 세상을 떴다. 우리는 지금 네트워크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집중화된 권력에 올라타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사람들의 기류를 쫓아가야 하나, 분산화된 권력처럼 파급력을 일으키는 수단을 찾아 뭔가를 해야 하나. 고민이 등장한다.

지금 네트워크에 변화는 생겨나고 있다. 집중화된 권력에 대해 다시 초기 인터넷으로 가려는 움직임이 있다. 블록체인이다. 간단히 말해, 블록체인은 P2P 네트워크다. 비트코인만 얘기하지만, 비트코인은 블록체인에 올라가는 애플리케이션이다. 블록체인은 P2P 네트워크다. 플랫폼이란 중간자를 없앴다. 집중화된 중간자를 없애고 개인끼리 연결된 세상을 만들자는 게 블록체인의 출발이다. 반대로, 이 시스템을 파괴하려는 권력도 있다. 신뢰가 없으면 네트워크도 인정받지 못 한다. 그 신뢰를 분산원장, 일종의 수학 알고리즘으로 찾았다. 중앙화된 매개체 없이도 전체 시스템이 돌아가게 했다. 하나의 조직이 블록체인 위에서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그런 이상적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게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은 중앙화된 시스템에 대항해 다시 인터넷 초기의 분산화된 시스템으로 가려는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흥미롭게 지켜봐야 한다.

윤종수 C.O.D.E. 이사장 발표자료 발췌.

우리의 모든 세상을 수학과 알고리즘에만 맡길 순 없다. 그래서 생각하는 게 소셜체인이다. 블록체인의 블록이 소셜로 바뀐 거다. 그 소셜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여러분이다.

위키피디아에 ‘아프가니스탄’ 페이지가 만들어졌을 때 그 위에 올라간 글을 분석한 그래프가 있다. 논쟁적인 페이지였다. 글을 분석했더니 왼쪽이 올라가면 반대쪽 글이 올라온다. 또 다시 지우고 왼쪽에서 글을 쓰고, 다시 지우고 오른쪽에서 쓴다. 그렇게 왔다갔다하며 중립 쪽으로 수렴된다. 시간이 걸리지만, 편집수가 올라가며 중간으로 점점 수렴한다. 글 자체가 객관적 진실로 다가갈 뿐 아니라, 거기 참여하는 사람의 성향도 바뀐다. 편집을 거치며 참여자 성향도 중간으로 수렴된다. 위키피디아의 가장 큰 가치는 생산의 의미도 있지만 이런 부분도 있다. 이게 연결의 본질이다. 우리는 연결에서 많은 가능성을 생각하고 거기서 뭔가를 할 생각을 하지만, 연결이 우리에게 주는 가치는 연결된 사람을 바꾼다는 것이다. 사람은 연결되며 바뀐다. 위키피디아가 그걸 보여준다. 연결된 구성원이 바뀌고, 그 연결된 사람이 새로운 가치를 만든다. 여러분 단체에서 연결된 사람들이 바뀌고, 그 단체가 바뀌고, 다시 다른 단체와 연결되며 네트워크 가치가 바뀐다.

10년 동안 비영리단체를 하며 느낀 건 연결이 방법이고 수단일 수도 있지만, 연결이 우리 스스로를 바꾼다는 걸 알았다. 연결로 인해 내가 가진 생각,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바뀐다. 2015년에 CC코리아가 10년을 맞았다. ‘이젠 뭘 찾아야 하나’란 생각을 그 후 2년여 동안 했다. 콘텐츠를 공유하고, 이걸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게 어떤 가치를 만들어냈는지 고민했다. 네 가지다. 공유(Commons), 개방(Openness), 다양성(Diversity), 참여(Engagement)다.

커먼즈는 공유다. 단순 공유가 아니다. 시장 통제가 아닌, 사람들이 자발적인 협업이 만드는 공유다. 다음은 개방이다. 연결은 개방으로 나가지 않으면 할 수 없다. 그런데 개방이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여러분의 단체는 다른 단체에 오픈이 돼 있는가. 안에서의 연결에 집중해왔지만 바깥으로 연결함으로써 자신이 한 단계 바뀔 수 있음을 고민해볼 때다. 세 번째는 다양성이다. 이것 역시 연결을 하며 배우는 것이다. 다양성을 무시하면 연결은 이뤄질 수 없다. 마지막으로 참여다. 연결의 목적은 무엇인가. 무언가에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서다. 우리는 거버넌스에 집중했다. 우리가 만드는 대상과 관계 속에서 어떻게 참여를 통해 바꿔나가느냐를 고민했다. 이 네 가지가 연결에서 얻은 네 가지 경험이었다. 그 경험을 통해 새로운 단체를 만들었다. CC코리아는 코드(C.O.D.E.)로 바뀌었다. 코드는 연결에서 비롯된다. ‘커먼즈 랩’과 ‘커먼즈 미디어’, 둘로 출발한다.

소셜체인을 만들어야 할 시기다. 네트워크를 바꾸려면 우리가 네트워크가 돼야 한다. 집중화된 네트워크 세상에서 연결을 말하는 몫을 여러분이 맡아야 한다. 연결을 통해 바뀌는 과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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