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니] 왜 앉았다 일어섰다 하는지 알겠더라…VR 게임 ‘로보리콜’ – 수다피플

동료 기자는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했다.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몸을 허우적거렸다. 얼차려라도 받는 걸까.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가상현실(VR) FPS(일인칭슈팅)게임 ‘로보리콜’을 하던 중이었다. 3월23·24일 두 차례에 걸쳐 로보리콜을 즐길 기회를 가졌다. 페이스북코리아 사옥과 에픽게임즈코리아 기자간담회에 설치된 VR 게임 시연대에서 해본 ‘로보리콜’은 이전에 겪지 못한 새로운 경험을 안겨줬다.

의문의 '앉았다 일어서기'

의문의 ‘앉았다 일어서기’

신들린 몰입감

“지금은 ‘가상’이지 ‘가상현실’은 아니다. VR이 구현하는 감각은 시각에 치중돼 있다. 오감 중 많은 감각들이 비어있기 때문에 그 안에 충분히 몰입이 안 되는 것이다. 이런 요소에 대한 고민이 이뤄져야 한다.”

‘VR 엑스포 2017’에서 기조연설에 나선 앤디킴 HTC 바이브 부사장이 한 말이다.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여태까지 경험해본 VR 콘텐츠는 충분한 몰입이 없었다. 고작해야 시야를 현혹하는 정도였다. 뒤이은 어지럼증이 시각적인 몰입마저 방해하기 일쑤였다. 그래서 게임과 하나가 된 듯한 동료의 행동은 이해할 수 없었다.

도대체 무엇이 그를 홀렸을까. 동료의 신들린 몸짓이 끝나고 게임을 즐길 차례가 왔다.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 ‘오큘러스 리프트’를 머리에 착용하고 손에는 ‘오큘러스 터치’ 컨트롤러를 쥐었다. 우선, 시야 가득 펼쳐진 가상세계에 손이 둥둥 떠다니는 게 눈에 띄었다. 터치 컨트롤러를 시각화한 형상이었다. 오큘러스 터치는 가상의 물건을 실제로 만지거나 조작하는 느낌을 줄 수 있게 돕는 보조기기다. 오큘러스 터치를 조작해 게임 속 사물을 집어 들고 허리춤에서 권총을 꺼내 쏠 수 있었다. 어깨너머의 엽총도 꺼낼 수 있다. 적을 손에 쥐어 들고 양손을 크게 벌리면 적 로봇의 몸체가 찢겨나갔다. 느리게 날아오는 총알을 잡아채 다시 적에게 되돌리는 식의 플레이도 가능했다. 촉각과 시각의 결합만으로 제법 그럴싸한 몰입을 주었다.

오큘러스 터치

오큘러스 터치(사진=오큘러스)

'오큘러스 터치'를 손모양으로 시각화했다.

‘오큘러스 터치’를 손모양으로 시각화했다.

시각적으로도 압도했다. 로보리콜은 ‘언리얼 엔진4’를 사용해 사실감 있는 가상세계를 구현했다. 초당 90프레임(fps)의 부드러운 화면은 멀미 없는 자연스러운 몰입을 도왔다. 뛰어난 그래픽과 두 눈에 따로 고해상도 영상(2160×1200)을 뿌려주는 오큘러스 리프트가 만나 시각적으로 가상현실에 몰입할 수 있도록 했다. 청각적으로도 슈팅 게임 본연의 맛을 살린 음향효과들이 가상 공간을 실제로 착각하도록 했다. 시·청각을 외부와 단절시키고 그럴싸한 감각을 구현해주는 순간 ‘가상’은 ‘현실’이 됐다.

‘앉았다 일어서기’의 진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료 기자의 ‘앉았다 일어서기’는 좀 도를 넘은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지나친 몰입이 지나친 몸짓으로 이어진 것으로 생각했다. 게임 속 캐릭터가 공격받으면 본인이 움찔움찔하는 그런 유의 사람이 있지 않은가. 앉았다 일어서기도 그런 식의 인지적 오류라고 여겼다. 하지만 곧 그게 오해였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적의 총탄이 시야 가득해졌을 때 엉겁결에 주저앉았더니 게임 속 캐릭터도 함께 앉아 회피 동작을 취했다.

오큘러스 리프트는 위치 추적을 위한 외부 센서 장치가 세트로 구성돼 있다. 오큘러스 리프트 HMD에 내장된 센서를 외부 스탠드형 적외선 센서 장치를 통해 추적하는 기능이다. 센서가 사용자의 움직임을 감지해 앉거나 일어서는 행동, 고개를 기울기는 행동 등을 영상에 반영할 수 있다. 앉았다 일어서기는 인지적 오류가 아닌 VR 기술의 인지적 구현이었던 셈이다. 오큘러스 리프트에 내장된 가속도센서와 자이로센서가 다양한 센서 기술들과 만나 가상세계에 물리적 감각을 채워줬다.

동작을 감지하는 기술은 멀미 예방에도 도움이 됐다. VR 콘텐츠는 어지럼증을 유발할 수 있다. 신체적 움직임이 없는 상황에서 사실적으로 구현되는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사이버멀미(Cybersickness)’다. 이런 멀미 현상은 1인칭 3D 게임을 할 때도 종종 발생한다. 중학교 시절, PC방에서 FPS게임 ‘카운터스트라이크’를 2시간만 해도 토할 것 같았다. 국산 공포게임 ‘화이트데이’ 역시 같은 이유로 한동안 방구석에 박혀 있었다. 하지만 ‘로보리콜’을 하면서 멀미 증상은 느끼지 못했다. 90fps의 부드러운 그래픽과 더불어 모션 센서 기술이 가상과 현실의 괴리를 좁혀주었기 때문이다.

로보리콜 스크린샷

로보리콜 스크린샷

‘퍼펙트 센스’ 구현될까

MBC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은 ‘퍼펙트 센스’ 특집을 진행한 바 있다. 갖가지 장비를 동원해 멤버들의 오감을 속여 자동차에 탄 것만으로도 헬기에 탄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내용이었다. VR 콘텐츠의 본질도 여기에 있다. 오감을 속여 가상을 현실로 만드는 것이다. 앤디킴 부사장의 말처럼 현재 VR의 감각적 경험은 시각에만 집중돼 있다. 인간의 오감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으로 구성돼 있다. 비어 있는 감각을 어떻게 채우느냐가 ‘가상’을 ‘가상현실’로 만드는 관건이다.

로보리콜은 현재 기술 수준에서 적어도 시각과 청각, 촉각을 효과적으로 구현해냈다. 오큘러스 리프트와 오큘러스 터치를 활용해 VR 콘텐츠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몰입의 지속성이다. ‘로보리콜’의 몰입감은 상상 이상이었지만 그 몰입이 오래가지는 못했다. 피로도가 큰 탓이다. 이를 고려해 게임의 한 스테이지는 15분 남짓으로 구성돼 있다. HMD를 장착하는 것만으로도 번거롭고 피곤하다. 피로도를 낮추고 몰입의 지속성을 유지하는 것 역시 VR 콘텐츠가 극복해야 할 과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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