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꿔보자, 남성 편향적 위키백과 콘텐츠” – 수다피플

위키♥페미니즘 에디터톤 포스터

지난 3월25일 서울 청담동에 있는 페미니즘 멀티카페 ‘두잉’에서 특별한 에디터톤(Edit-a-thon)에디터톤은 편집을 뜻하는 에디트(edit)와 마라톤을 합친 단어다. 위키백과와 같은 커뮤니티에서 특정 주제나 종류의 콘텐츠를 공동으로 편집하기 위한 오프라인 모임을 뜻한다.close이 열렸다. 위키백과 사용자 Motoko C. K.와 페미위키가 한국 위키미디어 협회의 오프라인 프로그램 지원을 받아 공동 주최한 ‘위키♥페미니즘 에디터톤‘이다.

Motoko C. K.(한국 위키미디어 사무국장의 활동명)와 페미위키는 위키백과의 콘텐츠가 남성 편향적이라는 문제의식을 공유해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 주최측은 ▲페미니즘 관련 문서 생성, 보완, 번역 ▲위키백과 커뮤니티와 페미위키 커뮤니티의 교류 증진 ▲여성 편집자의 참여 독려 등 3가지를 행사의 목표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행사는 위키백과와 페미위키에서 편집자로 활동하기 위한 간단한 교육과 실제 콘텐츠 제작으로 진행됐다. 편집 대상으로 제시된 문서는 여성주의 인식론(en:feminist epistemology), 제2의 성(en:identity Politics) 등 페미위키 측이 제안한 총 19개다. 참가자들은 이외에도 자신이 원하는 문서를 번역하거나 직접 생성하기도 했다. 참가자들이 위키백과에서 편집한 문서들은 위키백과 정책에 따라 출처를 표기하고 페미위키로 자유롭게 호환 가능하다.

위키백과 편집하기 자료

3월25일 서울 청담동 페미니즘 멀티 카페 '두잉'에서 열린 위키♥페미니즘 에디터톤 행사 모습

▲위키♥페미니즘 에디터톤 행사 모습

에디터톤 참가자 김민석 씨는 “예전부터 위키백과 시스템에 관심이 많아 참여하고 싶었는데 진입장벽이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국내에 알려진 위키가 나무위키인데, 나무위키의 남성 중심적 시각에 거부감이 있어 위키에 대한 관심을 접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페미위키에서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에디터톤을 연다고 해 참여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에디터톤에 참여해보니 위키 편집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틈틈이 여성주의 관련 문서를 번역하는 작업을 해봐야겠다”라고 말했다. 또 “페미위키 문서 편집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능력 가능한 범위 내에서 해봐야겠다”라며 “위키백과 사무국장님이 친절하게 (편집법을) 가르쳐줘서 좋았다”라고 했다.

김민석 씨는 이날 ‘여성주의 인식론’과 ‘주디 와이즈먼’ 관련 문서를 편집했다. 그는 “테크노 페미니즘 관련 강의에서 주디 와이즈먼이라는 학자를 알게 됐는데, 국내에는 연구된 바가 별로 없어 짧은 문서나마 번역하게 됐다”라며 “좀 더 공부를 하게 되면 국내 문서에서 주디 와이즈먼 관련 문서를 작성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친구와 함께 온 박연선 씨는 “우연히 페이스북에서 위키미디어와 페미위키가 에디터톤을 연다는 소식을 보고 ‘좋은 행사가 있네’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참가하게 된 배경에 대해 말했다. 그는 “(페미위키에) 아직은 데이터베이스가 적다”라며 “이렇게 같이 문서를 작성해 나가는 게 의미 있는 활동이라고 생각해 한 번 참여해보고 싶었다. 멋진 지식공유의 장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또 다른 참가자 안병훈 씨는 “인문학 독서모임을 함께하는 형의 소개로 에디터톤에 왔다”라고 참가 경위를 설명했다. 그는 “페미니즘이 여성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양육 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위키백과와 책을 통해 관련 정보를 찾아본다”라고 말했다. 이날 에디터톤 참가자의 35%는 남성이었다.

위키백과 여성 편집자 비율 25%…’성 격차’ 심각

위키미디어 커뮤니티 내 성 격차(gender gap) 문제는 위키백과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다. WHGI가 2016년 조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위키백과 편집자 중 여성 편집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영어 위키백과는 16.52%, 한국어 위키백과는 25.13%에 불과하다. 이같은 불균형은 커뮤니티에도 바람직하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위키백과 내 ‘여성혐오’ 관련 문서가 심각하게 훼손된 것이 한 예다. 한국어 위키백과는 반복적이고 고의적인 훼손이 있을 경우 공식 정책인 ‘보호 정책‘에 따라 해당 문서의 편집이나 이동에 제한을 가한다. 현재 위키백과 내 ‘여성혐오‘ 문서는 보호된 상태다.

▲한국어 위키백과 내 '여성혐오' 문서는 지속적인 훼손으로 인해 보호 상태다. (2017년 3월26일 기준)

▲한국어 위키백과 내 ‘여성혐오’ 문서는 지속적인 훼손으로 인해 보호 상태다. (2017년 3월27일 기준)

한국 위키미디어 협회는 성 격차를 줄이기 위해 2015년 ‘판타시아 에디터톤‘, 2016년 ‘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 에디터톤‘ 등 행사를 개최한 바 있다. 페미위키와 공동 주최로 열린 에디터톤은 이번이 처음이다.

‘남성중심적·여성혐오적인 인터넷 정보’ 문제의식에서 출발 

페미위키는 2016년 9월 출범했다. 계기는 같은 해 5월 강남역 살인사건으로 ‘여성혐오 범죄’ 논란이 불거진 일이었다. 페미위키는 사이트에 “인터넷 정보가 남성 중심적/여성혐오적이며 소수자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라고 출범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페미위키는 중립 관점(NPOV·neutral point of view)을 중요 편집 정책으로 삼는 위키백과와 달리 페미니즘 관점(FPOV·feminist point of view)을 지향한다. 페미위키는 FPOV 지향 정책에 대해 “사회적이고 구조적인 편견, 혐오, 차별, 선입견이 존재하는 한 기계적 중립은 오히려 사회적 강자, 다수, 억압자의 논리를 유지,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라며 “페미니즘 관점은 의도적으로 약자, 소수자의 입장에서 주제를 서술하는 관점”이라고 설명했다.

위키♥페미니즘 에디터톤에 참가한 페미위키 운영진 열심(활동명)은 “여성혐오 범죄 논쟁이 불거졌을 당시 남성 중심적 시각을 지닌 인터넷 사용자들이 ‘나무위키’를 출처로 근거를 제시하는 경우가 많았다”라며 “당시 나무위키의 남성 편향적인 정보가 출처로 쓰이는 것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껴 여성주의적인 정보 집합체를 만들게 됐다”라고 말했다. 한편, 위키미디어 운영국 측은 “위키백과와 나무위키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라며 나무위키와 선을 그었다.

페미위키 측은 행사를 마치며 “위키♥페미니즘 에디터톤이 지속해서 열리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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